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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ALK

At the still point, there the dance is

정보영 · 김병진 · 김휘동
2026. 4. 18
라니서울

ABOUT THE TALK

전시 <At the still point, there the dance is>는 T. S. 엘리엇의 시구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처럼, 멈춤과 움직임이 공존하는 순간을 바라봅니다.

박소현은 정보영, 김병진, 김휘동 세 작가와 함께 작품 속에 머무는 시간과 공간, 정지된 장면 안에서 감지되는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된 대화는 각자의 작업 과정과 시선, 그리고 삶의 태도로 이어집니다.

ARTIST TALK

박소현

전시 제목 <At the still point, there the dance is>는 T. S. 엘리엇의 "Four Quartets" 중 첫 번째 시 "Burnt Norton" 의 한 구절에서 가져왔습니다.

제 책 『창문 너머 예술』에서 다룬 빌헬름 하메르스회이의 작품 「달빛에 춤추는 먼지 티끌」을 떠올려봅니다. 가구도 사람도 없는 공간. 시간이 멈춘 듯하지만 창문 너머에서 들어온 달빛이 바닥에 선을 만들고, 그 안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모든 것이 정지한 것처럼 보여도 그곳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이 축적되어 있고 미세한 파동은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그것이 엘리엇이 말한 ‘정지점’일까, 혹은 ‘정지점에서의 춤’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Four Quartets" 는 엘리엇의 마지막 주요 시 작품입니다. 마지막 사중주 "Little Gidding"을 쓰던 시기, 쇠약해진 몸으로 작품을 완성해가던 엘리엇을 생각하다 문득 베토벤의 후기 현악 사중주가 떠올랐습니다.

들을 수 없는 상태에서 음악을 만들었던 베토벤과, 언어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시로 말하려 했던 엘리엇. 서로 다른 두 예술가의 마지막 작품이 모두 ‘사중주’라는 형식으로 향했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그러다 다시 『창문 너머 예술』의 ‘너머’라는 말을 생각하게 됩니다. 눈앞에 존재하는 것보다 존재 너머의 것, 지금이라는 시간보다 과거와 미래가 겹쳐 있는 시간, 여기라는 공간보다 그 너머의 어떤 곳.

세 작가의 작품을 보며 그 보이지 않는 ‘너머’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세 작가에게

엘리엇의 시로 이렇게 세분이 엮일지 상상은 하셨나요?

정보영

먼저 이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정보영 작가님의 작업에는 구슬이나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백조, 촛불, 의자 같은 것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화면 속에 그런 대상들을 존재하게 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알기로는 작가님이 예전부터 실제로 모아온 오브제들입니다. 그런데 작가님의 화면 속에서는 그것들이 실재하면서도 실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오브제들은 작가님의 작업 안에서 어떤 존재인가요?

김휘동

김휘동 작가님의 작업 속 이미지들도 실재하면서 동시에 실재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작업을 시작할 때 이미지들은 어떻게 선택하시나요?

세 작가 중 유일하게 작가님의 작업에는 사람의 이미지가 등장합니다.

작가님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작업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나요?

김병진

이에 반해 김병진 작가님의 작업에서는 사람뿐 아니라 생명체의 모습이 완전히 배제됩니다.

작업에서 생명체를 배제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일상의 풍경 속에는 수많은 장면과 사물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커튼이나 테이블 덮개처럼 무언가를 가리거나 덮는 용도로 쓰이는 것들이 자주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한 대상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PLACE/장소

정보영

엘리엇의 "Burnt Norton"의 배경이 된 영국 코츠월드의 고택과 장미 정원을 떠올리면, 왠지 작가님의 작업 속 공간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과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처럼 느껴지는 장미 정원. 작가님도 그런 유사성에 동의하시나요?

작가님은 같은 장소를 계속 그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곳은 어디인가요?

그리고 한 장소에 계속 머물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병진

반면 김병진 작가님은 한 장소에만 머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장소나 풍경을 만났을 때 마음이 움직이나요?

김휘동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작가님의 작업이 도쿄 진보초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저 역시 도쿄와 서울을 오가며 진보초를 가본 적이 있는데요.

작가님에게 진보초는 어떤 감각으로 다가오는 장소인가요?

PHOTOGRAPH/사진

세 작가에게

세 분 모두 사진에서 작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로 김병진 작가님꼐 여쭙겠습니다.

김병진

작가님에게 사진은 작업을 위한 도구인가요, 아니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주로 소외된 사물들을 사진에 담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 사물 너머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듯하기도 하고,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공포가 드러나는 듯한 느낌도 받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이 미묘한 긴장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LIGHT AND SHADOW/빛과 그림자

정보영

작가님의 작업은 빛 때문인지 작품 안에 감도는 긴장을 조금 내려놓게 합니다.

먼저 궁금한 것은, 어떻게 빛을 이토록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게 되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빛에는 언제나 어둠이 함께합니다. 작가님의 그림에서도 빛이 들어오면서 사물 뒤로 긴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작가님은 빛을 좇고 계신가요?
아니면 그 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를 좇고 계신가요?

MEMORY/기억

김휘동

작가님이 사라져가는 이미지들이 ‘유령화되고 있다’고 표현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저 역시 과거의 기억이 조금씩 휘발되고, 새로운 경험이 쌓이면서 예전의 ‘나’라는 존재가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시간 속에서 조금씩 유령화되고 있는 걸까요

세 작가에게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는 무엇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CLOSING

관객과의 질의응답을 끝으로 대화를 마쳤습니다.
토크의 마지막에는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를 함께 들었습니다.

2026. 4. 18 라니서울

Artist Talk moderated by 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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